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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건설 멈췄다…2년 뒤 '역대급 대란' 공포

by 지구별자리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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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아파트 건설 멈췄다…2년 뒤 '역대급 대란' 공포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주택개발 사업이 멈춰 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위축 등으로 제때 착공하지 못하는 아파트 사업장이 급증해 2~3년 뒤 입주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과 시행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10대 건설사가 올 1분기 신용 보강 등을 통해 참여한 PF 대출 규모는 총 6건, 1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10개 건설사 중 6곳의 부동산금융 참여 실적이 ‘제로’였다. 2020년 이후 연평균 PF 순증액이 20조원(분기당 5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시장이 약 4분의 1 토막 났다는 평가다.

 

시행사에서 토지비와 초기 사업비로 쓰기 위해 조달하는 단기 고금리 상품인 브리지론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뿐 아니라 분양성이 높은 아파트사업조차 신규로 추진한 곳이 없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역대급’ 주택 공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시행사가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돈을 빌린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과도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며 자금 공급이 다시 얼어붙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말 금융업계에 브리지론 추정 손실 100%만큼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브리지론을 2회 연장한 사업장은 모두 대출을 회수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 없이 충당금을 최대한 쌓을 것을 요구해 저축은행 대부분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며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자금도 회수해 충당금을 적립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택 인허가와 분양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38만8891가구로, 2022년(52만1791가구)보다 25.47% 줄었다. 올 2월도 2만2912가구에 그쳐 작년 동기에 비해 30.5% 급감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통제하다 보니 우량 사업장도 부실화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과 금융 건전성을 모두 고려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사업장도 '돈맥경화'…"2~3년 뒤 역대급 주택 공급난 올 것"

꽉막힌 PF 대출…건설·시행사, 주택사업 잇단 중단

 

 

서울 도심에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 중인 A시행사는 최근 토지 매입 작업을 중단했다. 토지 잔금 수백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초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인 브리지론 대출을 금융회사에 타진했지만, 검토조차 해주는 곳이 없었다. 금융당국이 PF 부실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요구하는 마당에 신규 대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지는 고려 대상도 아니다”며 “강남 한복판에 있는 땅도, 10대 건설사가 참여하는 사업도 개발이 멈췄다”고 말했다.

 

PF 4분의 1토막…“하반기가 더 문제”

 

부동산금융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불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리대금 수준의 금리에 돈을 빌린 사업장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면, 올해 들어서는 그마저도 끊어져 공매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금경색 여파는 수도권 외곽을 넘어 서울 중심부까지, 비주택을 넘어 아파트까지 미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자금을 조달한 신규 브리지론은 서울 성수동 ‘크래프톤 타운 업무시설 개발사업’ 한 건이다. 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이 80%를 선임차하는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브리지론 시장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대 건설사가 올해 새로 추진한 주택사업(신규 브리지론 기준)은 단 한 건도 없다. 기존에 땅 작업이 끝나 본PF를 조달한 사업도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분기 이뤄진 공동주택 PF는 5건, 1조3100억원 규모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가운데 PF가 이뤄진 곳은 한 건도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0대 건설사조차 브리지의 ‘브’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며 “미룰 때까지 미룬 사업만 간신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주택사업이 멈추면 2~3년 후 입주 대란으로 이어진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사와 시행사에 공공택지 용지를 매각한 뒤 받지 못한 연체 금액은 1월 기준 1조5190억원에 달한다. 민간 사업까지 고려하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파트 사업은 훨씬 늘어난다.

 

법정 상한이자 연 20%를 웃도는 계약이 많아 자금을 조달한 사업장도 분양까지 정상적으로 추진될지 장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PF 시장만 놓고 봐도 예년의 4분의 1토막 났다”며 “업계에선 총선 후 시행사의 줄부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진 금융에 멀쩡한 사업장도 도산”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서울 중심지 아파트와 오피스 등 수요가 충분한 사업장마저 ‘돈맥경화’로 부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삼동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피스 개발 부지(2040㎡)는 지난달 공매(감정가 2308억원)로 나왔다. 막판에 자금을 조달해 개시 전 공매가 취소됐지만 언제 금융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게 중론이다.

 

4000억원 규모 브리지론을 받은 서초구의 한 고급주택 사업도 일부 채권단이 땅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사업성과 관계없이 2회 이상 연장된 브리지론은 충당금을 설정하도록 하면서 혈관이 다 막혔다”며 “출구전략 없이 고금리로 현장을 유지하다 보니 멀쩡한 시행사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개찰이 진행된 신탁사의 토지(대지) 매각 공매는 9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6건)보다 2.6배로 늘었다. 올해 공매 물건의 낙찰비율은 1.5%(14건) 수준이다. 공매로 넘어간 사업장은 ‘반값’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월 공매로 나온 서초구 서초동의 한 토지는 여덟 차례 유찰됐다. 최소 입찰금액이 1030억원에서 537억원으로 낮아졌다.

 

한 시행사 대표는 “최근 금융당국이 원금의 30%만 건져도 공매를 강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부동산금융 시장이 망가진 틈을 타 선순위 채권자와 짜고 고의 부도를 일으키는 외국계 펀드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2024년 4월 5일 금요일자 한국경제신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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