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GDP, 멕시코에도 밀렸다…11년 만에 14위로 하락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4위권으로 1년 전보다 한 단계 또 추락했다. 중남미 멕시코보다 뒤진 순위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GDP는 1조7128억달러(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로 2022년 1조6739억달러에서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순위는 13위에서 14위로 내려앉았다. 달러화로 표시된 명목GDP는 국가 간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대표 지표다.
한국의 GDP 순위가 14위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2018년과 2020년 각각 10위로 ‘톱10’에 들었지만 2021년부터 3년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한 국가는 멕시코다. 멕시코의 지난해 명목GDP는 1조7889억달러로 전년(1조4633억달러)보다 20% 넘게 증가하며 13위로 올라섰다. 미국(27조3480억달러)과 중국(17조7948억달러)은 각각 1, 2위 자리를 지켰다. 독일(4조4561억달러)이 3위로 한 단계 올라서며 일본(4조2129억달러)은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한국과 멕시코의 GDP 순위가 뒤바뀐 요인을 분석해보면 한국보다 멕시코 측 영향이 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는 ‘니어쇼어링’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361억달러로 2022년보다 2.2% 증가했다.
한국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추세다. 한은이 집계한 작년 실질GDP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2022년 2.6%에서 1.2%포인트 하락했다. 국제기구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2%)에도 미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 개혁이 지연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 등 연구기관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조만간 저성장 국가에서 무(無)성장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와 관련해 “구조개혁을 하면 (성장률이) 2%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GDP 순위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4월 경제전망에서 2029년 인도네시아가 GDP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GDP 순위는 15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4월 30일 화요일자 한국경제신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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